230424 오늘 준비한 체력이 소진되어 더 이상 일이 안 됩니다.

미드저니로 만든 회고용 버섯 3

 

어제 회고를 못했다. 체력이 다 소진됐기 때문이다. 퇴근하자마자 기절을 했다. 최근에 드는 생각은 일을 진정으로 즐기지 못하면 정말 번아웃이 오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막 속에서 바늘 찾기를 하고 있으니, 툭하면 막연함에 시달리는데 푹 쉬거나 놀지도 못하니까 번아웃이 오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물론 번아웃이 못 쉬기만해서 오는 건 아니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모를 때, 언제가 끝일지 모를 때 온다. (이것도 해당되네.) 일을 정말 즐길 수 있을까? 뭔가 상승 곡선을 타면서는 저절로 신이 나고 피가 빨리 돌 것 같은데. 그 상승 곡선을 언제 타느냐가 문제다. 확실히 실질적인 걸 만들기 시작할 때 정말 재밌다. 아포피스를 만들 때도 그랬고. 나는 역시 메이커 쪽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어쨌든 이러니저러니해도 지금은 정말 지난한 과정이다. 무언가 실질적인 걸 만들 수는 없고, 어떤 가설을 세우고도 또 허물어지고, 또 세우다가 또 허물어지고.

오늘 블포 북클럽에서 한 분이 대표는 결국 돈 잘 끌어왔으면 반을 잘한 거고, 비전을 잘 제시하면 나머지 반을 다 한 거다라는 말을 하셨다. 결국 남을 속이더라도 비전을 완벽하게 설득할 수 있는가라고.

확신을 가지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나 스스로마저 속일 수 있는 확신이었으면 한다. 그정도의 확신이려면 얼마나 치열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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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팀이 극도로 투명한 것과 심리적 안정성이 어떻게 함께 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들기도 했다.
팀이 극도로 투명해야 하는 이유는, 무언가 조금이라도 잘못되고 있는 걸 최대한 빠르게 개선하기 위함이다. 또한, 개인은 완벽하지 않기에 개인의 약점이나 단점을 팀이 커버하면서 함께 더 강해지고, 그로 인해 더 나아갈 힘을 얻는 것이다.
극도로 투명하기 위해서는 심리적 안정성이 필요하다. 타인에 대한 비판을 하든, 아니면 일이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말을 하든, 이 팀에서 내가 어떤 말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감각이 필요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극도로 투명하다는 것은 결국 가장 솔직하게, 그래서 타인의 약점을 푹 찌를 수도 있는 비판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되기에. 이 부분이 심리적 안정성을 갉아먹기에 쉽다. 왜냐면 아무래도 비판은 개인을 수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즉 어떻게 보면 극도로 투명한 것과 심리적 안정성은 배타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두 개를 잘 융합하면 서로를 강화시키는 관계가 될 수도 있다.

자칫 잘못하면 본능을 배반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함께 개선을 고민하는 좋은 비판을 해야 하고 이를 하는 이도 받아들이는 이도 열심히 훈련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나만의, 우리 팀만의 투명성과 심리적 안정성을 구축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돌아보면 나는 서로 신뢰가 구축되어있는 팀원에게는 너무 비판적이고 다른 팀원들에게는 지나치게 친절했던 것 같아서 반성을 하게 되기도 했다. 어떤 팀원에게는 극도로 솔직한 비판을 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그게 그 팀원의 입장에서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잘 전달하기도 해야겠지.

어쨌든 회고를 하자. 

오늘은 여러모로 뼈가 아픈 날이었다.

 

 

KEEP

• 독서모임을 가기 전에는 아 이 시간에 일을 더 해야 하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가서는 여러 생각을 하고 발화하고, 발화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게 되어서 좋다. 오늘도 여러 생각을 했고 뭔가 영향력 있는 발언을 하려고 하기보다는 정말 순수하게 이 시간을 '즐겨보자'라는 것에 애를 썼다. 왜냐면 거기 오신 분들이 너무 좋은 분들이고, 함께 생각을 나누고 확장시키기에 너무 좋기 때문에. 그러다 보니 정말 즐거운 시간으로, 팀 문화나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투명성, 안정성 등을 생각하게 됐다. 리더.. 별로 해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어떤 리더였는지도. 지나치게 착한 리더는 좋지 못한 리더다. 극도로 투명하자고 말만 하지 말고, 군더더기 없고 그 팀원을 위한 피드백과 비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 일 시작 전에 아티클 읽기를 통해 영감을 받았다. 오늘은 원래부터 인상 깊게 보던 디자이너인 miss sohee를 조금 더 검색해 봤다. 오트쿠튀르와 기성복의 사이인 세미 쿠튀르를 하신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자신만의 길이다. 소수의 사람만 향유하는 예술도 아니고, 또 완전 대중적인 것도 아니고 그 사이의 길을 가면서는 예술성과 상업성도 증명을 해내야 하는 것이다. 패션계를 동경하던 예전에서 지금은 많이 떨어져 나왔지만, 그럼에도 완전 다른 분야의 이야기가 때로는 더한 용기를 주거나 인사이트를 준다. 하지만 좀 오버해서 찾아보긴 했다.
• 건강을 생각해서 밥을 잘 챙겨 먹으려고 노력하고, 사소하게 해야 할 것들을 잘 해내려고 노력 중이다. 예전에는 일에 몰입하면서 이게 안됐다. 밥도 안먹고 잠도 안자고 사소하게 해야할 일들은 다 무시하면서 일을 했었는데, 그렇게 살면 아마 한... 10년 살다가 죽겠지? 이제는 미룰 수 없고 타협을 해야 한다. 조금씩 계속 노력 중이다.
• 일부러 30분 걸었다. 걸으면서 여러 생각들이 어떤 생각들은 강화가 되기도 하고, 내가 덮어두고 괜찮겠지?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솔직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어, 이런저런 생각을 정말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앞으로 계속 일부러 많이 걸어야겠다.
• 솔직히 말하면 오늘 잘한 게 별로 없다. 슬프다.

 

PROBLEM

• 어젯밤에 퇴근하자마자 기절해서 잠든 이후로 오늘 하루가 엉망진창이었다. 일단 체력이 떨어져서 전날 회고나 계획을 못하고 자니까 그다음 날은 완전 뭐랄까.. 통제력이 떨어지고 집중력도 바닥이었다. 회고로 의지를 다지지 못했고, 계획으로 하루를 통제하지 못했다. 의지도 계획도 없으니까. 진짜 일을 엉망진창으로 하게 됐다.
• 일어나서 계획을 부랴부랴 세우다 보니까 안일하고 근시안적으로 계획을 세우게 되어서 중요한 일의 우선순위를 잘 세우지도 못했고, 그러다 보니까 일단 해야만 하는 급급한 일을 하다가 하루가 끝났다. 회고에서 계속 썼듯이 의지력과 집중력이 하루에 또는 일주일에 한정되어 있으니 그걸 잘 써야 하는데 자꾸 그걸 잘 못하는 느낌이다.
• 일단 일이 좀 많긴 하다 보니까 진짜 중요하게 사색하고 생각해야 할 일들을 할 시간을 확보를 못한다.
  진짜 문제 정의, 진짜 니즈, 진짜 솔루션 이런 부분들에 대해 생각할 시간의 확보가 안된다. 당장 인터뷰 기획하고 mvp 기획하고 할 일 세팅해서 회의해야 하니까. 이게 진짜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 이제 진짜 사소하게라도 돈을 쓸 곳이 너무 많아서 돈이 훅훅 나간다 (인터뷰/미팅 사례비, 컨셉 증명 비용, 교육비 등) 이거는 진짜 계속 정신 붙잡고 고정비나 지출 줄일 수 있는 부분들 열심히 찾아서 개선하거나 막아야 한다.

 

TRY

• 체력 좀 키워야 할 것 같다. 운동.. 일단 내일은 30분 이상의 산책을 어떻게든 하고 수요일에 춤 추러 가자.
• 퇴근하고 꼭 회고하자. 
• 월요일 : 이번 주 목표 세우고, 꼭 전날에 다음 날 계획 세우자.
• 하루 앞 단에 정말 중요한 일을 끝내자. 해야 할 일 말고 중요한 일. 중요한 일 우선순위 세팅이 중요하다.
  특히나 문제 정의와 니즈에 대해서 생각 치열하게 해야한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덮어두고 괜찮겠지 금지.
• 런웨이 계산 철저하게 다시 할 것, 지출 기준 세울 것.
• 회고 말고도 글 좀 쓰고 싶은데 시간 확보가 안된다. 지금 시간 쓰는 것에 문제가 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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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산책하면서 떠올렸던 생각

내가 너무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나? (너무 정언명령적인 명제를 가지고 사업을 하려고 하나? 정신적 성장은 좋으니까.. 해야 해)
넷플릭스는 사람들이 결국 이전에 지속적으로 존재하던 'TV나 스크린으로 콘텐츠를 감상하던 행위'를 대체했다.
사업 자체가 DVD 실물 대여업에서 구독형 소프트웨어 OTT로 바뀌었지만 'TV나 스크린으로 콘텐츠를 감상하던 행위'를 더 질 좋게, 더 편리하게 하는 그 핵심의 가치는 언제나 그대로였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우직하게 그대로일 수가 있나 싶을 정도. [DVD 우편 대여 -> 구독형 스트리밍 OTT]

그렇다면, 멘탈 헬스 - 정신적 성장은 원래 역사적으로 지속되는, 인간의 유구한 욕망인가 정말로?
스스로를 돌보고 정신적인 치유, 정신적인 성장을 원하나?
그걸 얼마나 진짜 원하는데?
다들 원한다고 말하지만, 그게 좋다고는 말하지만, 진짜 돈을 쓰면서까지 얼마나 절실하게 원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