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420 한없이 꿈꾸게 하면서도 끝없이 추락시키는 삶

미드저니로 만든 회고용 버섯 1

오늘부터 매일 회고를 작성해보려고 한다.
(과연...)

매일 회고를 하겠다는 결심을 한 건, 매일의 조금씩이라도 성장이 지금 나에게 너무 절실하다는 얘기다.

회고를 시작하면서 몇 개의 고민 지점과 그냥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기록해놓고 싶은 것이 있다.

 

1. 갑자기 회고를 매일 왜 하려고 하는가?

 

사실 정해진 회고를 잘하지 않는 편이었다. 물론 회고 말고도 정해진 걸 그다지 하는 편은 아니었다.
최근에 떠올렸던 건데 내가 정신적인 나약함에서 벗어나서, 어떤 생산성이라는 걸, 나아감이라는 감각을 가지기 시작한 지 이제 6년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그 이전에도 열심히 살았고, 패션지 에디터 생활을 했지만... 그래도 일 다운 일이라든가. 이런 걸 해 본 지 얼마 안 된 것 같다.

지금 돌아봐도 정말 위험했던 우울증을 앓았던 게 2016년이었고,
70일 동안 혼자 유럽 전체를 돌아다니고, 몽골을 갔다가, 이탈리아에서 6개월을 살면서...
1년 동안 외국에서 나를 추스리고 돌아온 게 2018년이었다. 그렇게 한국에 돌아온 2018년에서야 나는 내 삶의 모든 것을 한 번 정리해 보는 상담을 받았었다.

지옥에서 나와서, 사실상 나를 제대로 마주하고,  필요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삶을 꾸려나간 게 5년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나는 남들이 배우는 기본적인 것들을 20살 때부터 겨우 배우기 시작했으니까... 정말 얼마 안됐다.

어쨌든 이런 이야기를 적는 이유는 자기 연민이 아니라, (물론 자기 연민일 수도 있다. 자기 연민은 항상 내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도사린다.)
내가 왜 루틴이나, 삶을 고양시킬 수 있는 것들을 못하는 것인지에 대한 스스로 답을 찾아본 것이다.
루틴이나 습관이나... 뭐 이런 걸 적용시킬 만큼의 안정이 되지 않았었다. 닥치는 대로 배우고 닥치는대로 노력하고... 그게 급하다 보니까 뭐 루틴을 세우고 밸런스를 세우고 이럴 생각을 잘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루틴이 불필요한 부분에서의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지점들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확보한다는 면에서 나의 무기가 된다는 말을 깨닫는다.
그리고 난 이제 그런 것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창업 후에 하루하루의 개선과 성장이 나에게 절실하다.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어떤 방향을 보고 있는지, 뭘 잘하고 있는지, 뭘 못하고 있는지 정말 절실하다.

 

 

2. 회고 말고는 어떤 루틴을 할까?

 

하지만 막.. 그렇게 강박적으로 하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나는 습관화나 이런 걸 잘 못할 사람이라서, 작은 것부터 해보려고 한다.
한 두 개 자리 잡다 보면 조금씩 늘려나가야지.
솔직히 너무 늘려나가고 싶지도 않다. 아직은 왠지 모르게 삶의 우연성들을 사랑한다. (진짜 그냥 생각 없는 사람이 합리화로 하는 말 같다.)
일단 아래의 두 개.

1. 하루 일 시작하기 전에 30분은 무조건 아티클이나 책을 읽는다. 그렇게 해서 뇌를 깨운다.

2. 자기 전에는 회고를 하고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1번은 3일 연속으로 해보고 있다. 좋다.
다만 아티클 읽고 블로그에 정리까지 하면 참 좋겠네. 하지만 나라는 정신적인 아기에게 처음부터 너무 많은 걸 바라지 말자. 

2번은 오늘부터 시작이다. 과연? 진짜 이어진 적이 거의 없는데. 이후에 회고를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내가 말로만 절실해하는 건지, 정말 절실한지 보자.

 

3. 기록을 간편하게 쌓기 위해 블로그에 쓴다. 얼마나 솔직해야 할까?

 

원래는 비정기적으로 로그북을 들고 다니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생각을 적었다.
그러다 매일을 쌓을 회고의 경우 블로그에 쓰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보고 아카이빙 하기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노트는 아무래도 쓰는 행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회고와 다른 아이디어 생각들이 이리저리 겹쳐있어서
앞장으로 넘겨 이전 회고를 잘 보게 되지 않았다. 

그런데 블로그에 쓴다. 얼마나 솔직할 수 있을까? 이 블로그는 사실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지금까지 누적 방문자가 73명 밖에 안 되는 지역으로 따지면 바다 끝에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를 섬 같은 공간인데. 그럼에도 73명은 와서 내 글을 볼 수도 있다.

일단은 가장 솔직하게 써보려고 노력하자.

팀에게 항상 외치는 극단적 투명성이 여기에도 적용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일단은 투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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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늘의 목표인 회고를 시작도 안 했다는 게 절망스럽다.
이 게시물은 회고도 아니고 그냥 새벽 3시에 머리에서 송출되는 모든 생각을 적고 있는 글인데.
난 이게 문제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고, 생각을 옮겨 적으면 밑도 끝도 없다.

 

그럼에도 더 적고 싶은 게 있으니 적어보겠다.

 

최근 느끼는 나의 변화

 

최근에 나에게 느껴지는 변화가 조금 있다. 근데 그걸 좀 써봐야 할 필요성을 느껴서 쓰고 싶었다.

• 타인의 관심에서 자꾸 멀어지려고 하는 것 같다.
  나는 예전에 일시적인 도파민을 불러일으키는 일시적 인정 욕구가 굉장히 강했던 사람인데... 진짜 관종이었기 때문에...
  요즘에는 타인의 인정이나 관심을 그렇게까지 갈구하지 않는 것 같다.
• '아름다운 것들을 관심을 바라지 않지'라는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대사를 굉장히 좋아했었다. 나는 사람들의 관심을 너무도 원하니까. 처절하다고 생각될 만큼 원하니까. 내가 가질 수 없는 문장 같아서 슬퍼하면서 좋아했었다. 나는 아름답지 않은 걸까?라는 생각. 물론 아직 나는 이 문장을 가질 수 없다. 앞으로도 평생 가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도 조금씩 저 문장에 다가가고 있는 걸까?
• Be the Ghost. 원하는 것이 있다면 한 기간 동안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지세요. 
• 하지만, 타인의 인정과 관심을 어떻게 보면 처절하게 갈구하던 나와는 확연히 달라서 이게 괜찮은가?라고 들여다보게 된다.
  그때의 내가 너무 후져서 날 괴롭게 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였으니까.
• 모임도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잘 안 들고, 약속도 일을 열심히 하기 위해 잘 안 잡고 있다.
• 그런 의미에서 인스타그램도 거의 안 하게 되어간다. 물론 인스타그램을 하지만, 예전과 같은 느낌으로 하지를 않는다. 의도적으로 안 한다기보다는 정말 예전에 비해 관심도가 많이 떨어졌다.
• 몇 년 전부터 인스타그램의 헤비 유저이면서도 인스타그램 세상 안에서 드러나는 나의, 그리고 사람들의 노골적인 인정욕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었다. 인스타그램은 값싸게 인정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점이다. 출출할 때 가장 싼 값으로 바로 나오는 인스턴트 하트. 넘치는 도파민 분비, 원하는 보상을 하트나 반응으로 빠르게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난 그걸 좋아했다.
• 아니 사실은 그걸 좋아하는 나를 혐오했다.
• 하지만 몇 년 전부터 값싸게 아무것도 안 하고 조금씩 얻을 수 있는, 마치 납작한 하트와 같은 그런 인정 욕구 말고. 정말 내가 뭔가를 쏟아부어서 가치를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걸 머리로 알아도 잘 안 됐다. 인스턴트 인정 욕구. 채워진다 해도 채 하루가 안 가는 납작한 하트를 붙잡고 있었다.
• 아, 이렇게 거창한 거 말고 요즘에 자랑할 게 거의 없으니까 안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 더불어 계속 일에 몰입을 하려고 애쓰다 보니까 다른 모든 것들에 대한 관심을 끄게 된다.
  외형을 신경을 너무 안 쓴다든지... 의도적으로 더 그런 것 같다.
• 그러다 보니 조금 혼란이 온다. 나 원래 언제나 꾸미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나의 큰 가치관이었는데...
• 이러한 변화가 좋은 건지, 아니면 나쁜 건지 잘 모르겠다. 일단 살아보자.

 

또 한 번 마주하는 거대한 무기력

 

요 며칠은 정서 생각을 하면서 하루 종일 울었다. 
정서가 뇌종양 판정을 받은 지도 벌써 6개월이 다 되어간다.
아직도, 정서가 처음 그 사실을 얘기했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던 새벽 4시가 생생하다.
세상이 거짓말 같았다. 모두 다 거짓이라고. 
정서를 10년 동안 알아오면서, 나는 정서만큼 맑고 강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만나왔어도 그랬다.
항상 경이로웠다. 이 친구는 어떻게 이렇게 태양 같을까. 모든 사람을 밝게 비추는구나. 모든 친구가 정서를 유독 사랑했고 나 또한 그랬다.
정서 가까이 가면, 그가 가진 백색의 따뜻한 빛을 조금이라도 닮을 수 있을까 싶어서. 그게 아니어도, 가까이 가면 그게 너무 따뜻해서.

 

정서는 6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자신의 날 것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늘에 와서야 수술을 앞둔 자신의 불안함을 조금 꺼내 보이다가 이내 저녁밥은 다들 챙겨 먹었냐고 묻는다.
나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는 강인함과 따뜻함이 어디에서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알 수가 없어서 정말 화가 났다. 그냥 모든 것이 분했다.

 

내가 정서와 더 친한 친구였다면, 내가 조금 더 할 수 있는 게 많았을까?
마음이 너무 속상해서 닳아버릴 것 같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나 스스로가 너무 답답하고. 괜히 정서가 삶의 한 어려운 시기에 있기 때문에,
내가 더 신경을 쓰는 것이, 그 자체가 정서에게 실례가 될까 봐 두렵다.
나의 과도한 걱정이나 호의나 애달픔이 정서가 스스로 힘든 상황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하는 행동이 될까봐 두렵다. 

 

정서는 강한데 내가 너무 나약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무너진다.
하지만 내가 뭐라고.
내가 힘을 내지 않으면 힘을 줄 수 없다. 내가 정서를 믿어야만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무기력하더라도, 내 역할은 그저 정서가 무엇이 더 편할까라고 생각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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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회고를 하자.

내일부터는 더 짧게 회고만 해야지 다짐한다.

 

KEEP

• 일에 몰입하는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꽤나 열심히 일했다.
• The one thing을 지속적으로 의식하면서 일을 우선순위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 꽤 좋은 것 같다.
• 집에 와서도 일을 하는 습관이 잡히고 있다. 일을 하고 들어와서 새벽에 일을 더 할 수 있다. (집 와서 침대에 조금 누워있었다.)
• 지속적으로 내가 놓치면 안 되는 포인트들을 열심히 필기해 둔다. 더 포인트를 안 놓치고 생각할 수 있다.
• 투두 리스트를 디지털화, 아날로그화 둘 다 하면서 좀 더 집중해야 할 중요한 일과 해야만 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을 구분해서 처리하기에 용이해졌다.
• 일하기 전에 책을 읽는 루틴을 실행했다 확실히 동기부여나 뇌를 확장하는 측면에서 좋은 것 같다.
• 이렇게 회고도 쓰고 있다. 개선에 대한 실마리를 잡고 의지도 다지게 되는 것 같다.

 

PROBLEM

• 꽤나 중요한 일을 하는 게 저녁으로 좀 밀렸는데 그때 집중력이 많이 깨졌다. 그래서 정말 중요한 일에 집중력을 덜 썼다. 오히려 재밌는 아티클 읽어서 그거 읽고 콜드메일 뿌리는데 질 좋은 집중력은 다 썼던 것 같다.
• 저녁을 먹고 나서는 집중력이 많이 허물어진다. 
• 저녁때 유튜브를 틀어놓고 일할까? 하게 되는데 멀티태스킹 하면 일도 안되고 치매만 빨리 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걸 알면서도 유튜브 켜는 게 진짜 짜증 났다. ^^ 
• 뭔가 정리하고 논리구조를 만들 때, 이미 정립된 걸 다시 정리하느라 시간 낭비를 좀 한다. 그 부분 예전에 잘 생각했잖아.. 왜 다시 생각해...
• 저녁에는 정서 연락이 와서 멘탈이 다 무너진 것도 있었다. 하지만 이게 문제일까? 당연히 무너져야 할 일이다. 몇 번이고 무너져야 할 일일 거다.

 

TRY

• 앞으로는 과감하게 4시간을 확보해서 급하지 않지만 내가 내 사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에 치열하게 몰입하는 시간을 확보하겠다. 이 부분을 계속 더 유의하면서 일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치열하게 일할 시간 확보
• 가장 중요한 하나의 일을 정말 잘 선정해야 한다. 안 그러면 딸리는 집중력으로 그 일을 하게 된다.
• 내일 회의를 해야 하는데, 좀 더 긍정적인 힘을 팀원들에게 많이 전달하고 싶다.
  어제 불현듯 생각한 게 있는데, 내가 리더지만 부족한 리더이기 때문에 내가 더욱더 잘해야 하는 건 뛰어난 팀원들의 능력을 끌어올리게 하는 거다. 그를 위해서는 명확하게 문제와 액션플랜에 대한 피드백도 있고, 팀원들의 심리적 안정과 동기부여를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려면 회의는 치열하되, 긍정적이고도 유쾌한 커뮤니케이션이 되어야 한다. 새롭고 좋은 걸 떠올릴만하게 신나는 분위기. 그리고 의심하지 않고 서로를 믿는 포용적인 대화. 의견의 대립이 있다 해도 우리는 그 자체로 대립이 아니라 결국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그런 회의. 이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을 많이 해봐야겠다.
• 너무 늦게 잔다. 전체적으로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앞당겨야 한다.

 

 

이렇게 사적인 영역부터 - 사업의 생산성까지 모두 한 데 뒤섞인 엉망진창 첫 블로그 회고가 끝났다.
나도 이 글이 뭔지 모르겠다. 이게 바로 끔찍한 혼종이 아닐까?
공과 사의 구분이 전혀 되지 않는... 굉장히 아마추어스러운...
이것도 반성하자. 암튼 모르겠다. 이걸로 오늘 새벽은 닫는다.

 

참... 날 한없이 꿈꾸게 하면서도 끝없이 추락시키는 삶이구나.